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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면

적성면 과거에 합격한 얘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자
2007년 12월 27일 0시 0분 0초
조회
5,666
옛날에 한 동네에 양반이 살림도 곤궁하고 외아들을 두고 살았는데 이 아이를 참 잘 길러서 학방에다 넣어 글을 가르쳐 나이가 차차 먹으면서 과거 시험 볼 나이가 됐단 말이야.
그러던차에 나라에서 태평과(太平科)를 본다는 방이 붙어 나돌게 되었지. 그래 이 아이가 그날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저희 아버지께 "내일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나야 하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올리니 부모 마음이야 얼마나 좋았겠어. 그러나 살림이 너무 궁색해서 노자돈 한 푼도 못해주는 집안 형편이고 보니 참 가슴아픈 일이 아니겠소. 그래 어머니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식이 벼슬을 하기 위해 과거길에 오른다는데 부모의 도리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앞이 캄캄한거지. 그래서 곰곰히 생각한 끝에 시집 올적에 윗저고리와 치마를 해가지고 온 것을 아끼느라 입지는 않고 곱게 개어 놓은 것을 옷전에 내다 팔아서 몇푼 안되는 노자를 마련해 놓고 있는데 아침에 아들이 길을 떠날 때 "얘야! 너 이거래도 가져가서 배고플 적에 뭐든 사먹고 허기라도 면해라" 하며 건네준 모양이라.

한강길을 걸어서 사뭇 밥을 얻어 먹어가며 한양을 도착해 보니 과거 보는 날까지 먹고 잘집이 있어야지 노자돈이라도 넉넉하면 하숙이라도 한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정이라 이골목 저골목을 기웃거리며 다니는데 한 골목을 들어서니 두부를 해서 파는 두부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시장기도 몹시 들던차에 비지라도 사서 먹을 요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할머니 내가 시장해서 그러니 그 비지 한무치만 파시오?" 그래 할머니가 그 애를 딱 쳐다보니 과거를 보러온 손님이라.

"들어오라 비지 보다도 여기 밥이 있으니까 밥을 먹으라"고 밥을 차려서 방에 들어가 밥을 먹인 뒤에 하숙을 정했는가 물으니 "예, 아직 초행길에 주인을 아직 정하질 못했습니다." "그럼 내 집에 묵으면서 과거시험을 보도록 하게" 그러니 얼마나 고맙겠소.

그래 그날부터 그 집에 묵으면서 과거시험 준비를 하면서 그 할머니를 유모로 정하게 되었고 언제라도 이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에 정진하게 되어서 아무날이 과거날 이라는 방을 보고 나서 잠을 자는데 고향에 있는 친어머니 얼굴이 또 한편으로는 오늘까지 여러 날 아무 걱정 없이 먹여주고 재워준 양어머니 얼굴이 겹치며 스쳐 가는데 과거시험 날만 기다리고 있는 자신에게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지.

이제 내일 앞으로 과거시험을 앞두고 시장에 가서 벼루며 먹 종이를 사야지 시험을 보러 가지 그래 이것마저 양어머니 신세를 지기가 싫어 시장으로 나가보니 가진 돈은 서너푼밖에 안되고 그래서 노전에 앉아서 파는 장사한테 가서 주문하기를 "먹도 깨진 먹 붓은 쓰다 버린 헌 붓 종이로 한지를 싸서 다니는 헌종이 벼루도 깨진 벼루가 있으면 파세요"하니...

"하필 좋은걸 탐하지 않고 나쁜 것만 찾으시오"하고 물으니 "예, 나는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진 돈이 서푼이니 어찌 하겠습니까?" "아~ 그러면, 그 못쓸정도 된것은 필요가 없으니 버려두고 기왕 얻어 가질려면 새것으로 가져 가시오. 내 그냥 드리리다 " 그래 좋은 것을 선물 받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구서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 과거시험 보러갈 준비 해놓고 일찍 자구서 과거 시험장으로 향하는데 과거 시험장에는 벌써 선비들이 다와서 앉아 있고...

그래 이 사람 가서 맨 끝에 앉아 글제를 보고 글을 써서 제일먼저 갔다 냈는데 십이시관(十二試官)이 앉아서 글을보니 "천하의 명인의 글이다" 그래 장원될 글을 뽑게 되는데 과거시험생중 가장 나이가 많이 먹은 칠십 노인네 글과 두 개가 뽑혔는데 참 젊은이 글이 너무 뛰어난 글이고 보니 가누질 못할 지경에 있는데 그중 제일 높은 상시관이 하는 말이 " 젊은 청년은 앞으로 여러번 과거를 볼 기회가 있으나 저 늙은이는 이번 과거가 막히면 등극 기회를 놓치게 된다"하니 그럴법도 하고 이해가 간단 말이야

그래서 노인하고 젊은이 하고 불러 앉혀놓고 "여보게 젊은이 청년은 요번 과거에 못하면 후일에 과거해도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저 칠십 노인은 요번에 과거가 막힐 길이니 요번 과거는 양보하는게 어떠한가?"

그러니까 청년이 하는 소리가 " 예 말씀은 고맙고 좋습니다. 허나 하늘에서 주는 복을 갖다 내가 남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장차 어떻게 정사를 바로 잡아 나가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보니 뭐라고 답변할 말이 없거든 그래서 하는 수없이 상시관이 말하기를 "그러면 내가 여기서 내글 운자(韻子)를 불러 줄테니 답변을 하겠느냐?" 그러니 "예 답변하겠습니다. "

그래 첫 번째 열 개(開)자를 불러 주니까 대답하기를 "삼각산등(三角山登) 서해개(西海開)요. 삼각산에 올라보니 서해가 활짝 열렸습니다." 그 다음에 올래(來)자를 불러주니 "전봉사거(全峰似去) 후래봉(後來峰)이요. 앞봉은 오는 것 같고 뒷봉은 가는 것 같습니다. " 그 다음에 앉을좌(坐)를 불러주니 "중봉화작(中峰和作) 인왕좌(仁王坐)요. 가운데 봉은 화하게 지으니 어진 임금의 자리요" 그 다음에 술재배(盃)자를 불러주니 "만고종남(萬古終南)에 헌수배(獻壽盃)라. 만고에 천추만대에까지 임금님께 목숨의 잔을 드립니다. "하니 시관(試官)이 부른 글을 다 써가지고 펼쳐보니 천하의 명인의 글이라 별도리 없이 젊은이가 과거에 합격하여 친부모와 양어머니를 모시고 잘 살았다는 얘깁니다.

- 제보자 : 적성면 하리 180번지 박봉래
- 체보자 : 김 동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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