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안과 밖은 삶과 죽음의 세계

소백산 비로봉 일대에서 시작된 계곡물이 우거진 숲과 기암절벽을 흘러내리다 멋진 폭포를 만드는데, 그 앞에 우뚝 솟은 산이 바로 다리안산으로 옛 지도에는 교내산(橋內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다리안’이라는 이름이 외국어같이 들리는데, 사실은 ‘다리 안쪽’이라는 의미이다.

옛날 다리안산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한다. 소백산을 가자면 이곳에 있었던 다리(계구교, 융탁교, 운제라고도 함)를 건너야 했는데, 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맑게 하여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30여 계단이 있고 박달나무에 달래 넝쿨로 묶은 작은 다리가 있어 사람이 겨우 건너고 마을 큰 소는 건너지 못하여 다리 안에서 죽어야만 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다리 안과 밖을 죽음과 연계시켜 일부러 약한 다리를 만들어 조심히 사용하여 오래도록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게 한 ‘관습의 다리’, ‘약속의 다리’가 있던 산이라고도 한다.

특히 다리안계곡은 화강편마암(고원생대)과 장산규암(고생대 캄브리아기)이 서로 붙어 있는데 둘 사이의 접촉 부분은 ‘연성전단대’를 이루고 있다. 이 지층 간의 시간 간격은 13억 년 정도로 인간이 느낄 수 없는 길고 긴 지구 역사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지질학도는 물론 일반인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한 외국 지질학자는 이곳을 방문하여 “13억 년 차이의 지구 광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다리안 관광지로 조성되어 소백산 등산 주요 출발점이자 캠핑장, 돔하우스, 원두막, 공연 무대, 잔디광장, 체육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더욱이 다리안 관광지를 관통하는 계곡은 그 위로 민가가 하나도 없고, 접근을 금지해 그야말로 맑고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